문화생활/공연

남양주시교향악단 봄날의 음악회 in 수동 몽골문화촌 노마딕드림홀

라라윈 2025. 4. 22. 21:37

문화센터에 갔다가 집 근처 몽골문화촌에서 클래식 공연을 한다는 포스터를 보았다. 바로 찍어 두고, 캘린더에 저장해두었다. 당일이 되니 봄날같지 않은 폭우가 쏟아졌다. 하지만 음악회 보러 한 두 시간 걸려서도 가는데, 집 근처 10분 거리 음악회를 놓칠 수는 없다. 집 근처에서 음악회라니! 상상도 못한 일이다. 

비가 꽤 거세게 쏟아졌지만, 몽골문화촌까지 이어지는 벚꽃길은 아주 예뻤다. 조금 더 추운 지역답게 이 곳에는 아직 벚꽃이 한창이었다. 꽤 긴 거리가 아름드리 벚꽃길이라, 내년에는 꽃구경하러 몽골문화촌에 와야겠다.

 

비가 억수같이 오고, 클래식 음악회이니 사람이 붐비진 않을거라 예상했는데, 웬걸. 넓은 주차장이 이미 만차였다. 공무원분들과 직원분들은 우비를 입은 채 주차 안내를 하느라 바쁘셨다. 우비를 입어도 비에 쫄딱 젖으신 상태였다. 그러나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잔디밭, 길가, 빈틈 어디라도 주차할 수 있도록 모두 안내를 해주셨다. (여기부터 감사했다) 

 

주차하고 보니, 공연장인 노마딕 드림홀 앞쪽으로 벚꽃이 가득이다. 날이 좋았다면, 사진을 더 많이 찍었을 것 같다. 비가 많이 오고, 공연 시작까지 남은 시간이 빠듯해 종종걸음으로 공연장으로 향했다. 공연장 입구에는 무료 음료와 먹거리 나눔, 피크닉 테이블까지 다 갖춰져 있었다. 이날 공연의 제목이 <봄날의 클래식 피크닉>이었는데, 제목에 걸맞게 소풍 오듯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공연장 안으로 들어서니, 만석이라 이미 많은 분들이 뒷줄에 서 있었다. 어찌할 바 모른 채 두리번 대고 있는데, 입구에 계시던 공무원 분과 직원 분들이 저 쪽에 자리 있다며 빈 자리를 안내해주셔서 냉큼 가서 앉았다. (주차안내, 자리안내 등 진행이 아주 매끄럽고 세심하셔서 감사했다)

 

몽골 천막이랄까, 거대한 캠핑장이랄까, 그런 곳을 공연장으로 변신시켜 바닥에는 잔디가 깔려 있고 캠핑의자가 중앙에 놓여 있었다. 내가 앉은 테두리에는 고정된 원형극장식 나무 의자가 있었다. 나무의자가 딱딱할까봐 방석도 다 깔려 있었다 (진짜 구석구석 세심하게 신경쓰신 티가 많이 났다)

공연 중 곡 소개와 함께 공간 소개도 해주셨는데, 이 날이 노마딕 드림홀을 공연장으로 첫 선 보이는 날이었다고 한다. 옆의 거대한 돔은 350석 규모의 정식 공연장으로 수리 중이고, 이 곳은 600석 규모의 야외+실내 느낌의 공연장이라고... 600석인데 꽉 차서 자리가 없단 말인가...

 

봄날의 클래식 피크닉. 제목부터 달콤하다. 공연은 경기 DN앙상블, 마음소리합창단, 남양주시교향악단의 연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남양주시 시장님부터 내외 귀빈 소개 후 공연이 시작되었다. 

 

DN금관앙상블은 경기디엔오케스트라 소속 단원 중 금관악기를 연주하는 단원 몇 분이 조성한 그룹이라고 한다. 

트럼펫, 트롬본, 호른, 튜바를 드럼에 맞추어 연주를 해주셨다. 중간 중간 곡소개, 악기소개를 해주셨는데, 솔로로 짧게 한 곡씩 연주하시는데도 소름과 감동이었다. 특히 튜바 연주자 분께서 내게는 명탐정 코난 애니메이션 음악으로 친숙한 곡을 연주하셔서 환호하다 못해 비명을 질렀다. 

마을 주민들을 위한 클래식 음악회이니 만큼 친숙하고 아름다운 곡들로 구성을 하셨다. 비엔나 행진곡, 캉캉춤으로 익숙한 칸칸, 잇츠 나우 오얼 네버, 미스티, 도레미송과 디즈니 메들리였다. 연주가 시작되면 조명과 뒤의 스크린에 나오는 아트가 아름다웠고, 연주자들께서 박수를 유도하기도 하고, 관객들이 노래도 흥얼대고 박수도 치면서 즐기도록 해주셨다.  

 

다음으로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순서였다. 마음소리 합창단은 어느 봄날, 내가 바라는 세상과 풍선을 들려주었다. 중간중간 깜짝 랩, 깜짝 안무가 등장해 세 곡이 길지 않았다.

 

(의젓하게 내 앞에 앉아있던 합창단원들은 자신들의 순서가 끝나자 긴장이 풀리고, 집중력도 바닥났는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사라졌다.)

 

마지막은 남양주시교향악단이었다. '봄날의 클래식 음악회'라는 말에 걸맞게 봄의 교향악이라 할만한 곡들을 들려주셨다.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 모짜르트의 교향곡 제40번 1악장, 비발디 사계중 <봄> 1악장, 프란츠 폰 주페의 오페레타 <시인과 농부> 서곡,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의 4악장을 10분짜리로 편집한 곡을 들려주셨다.

 

공연이 끝나고도 계속 사람들이 앵콜을 외치자, 아름다운 노래 한 곡으로 마무리 하셨다. 

 

아직 남아있는 벚꽃이 예쁘다. 비가 안 왔다면 정말 피크닉 느낌이었을텐데...

 

공연 시작 전에는 프로그램 하나라도 놓칠세라 허둥대며 들어가느라 게르가 눈에 띄지 않았다. 나오면서 보니 게르와 독특한 건물들이 눈에 띈다. 다음에는 몽골문화촌 나들이를 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