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서재, 디지털 공간의 서재와 감상실

무중력서재, 디지털 공간의 서재와 감상실

나의 오랜 꿈 중 하나는 나의 서재를 갖는 것이었다. 책으로 가득한 방, 그 곳에 파묻혀서 책만 주구장창 읽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도서관에 갈때도 종종 이런 꿈을 꾼다. 매일 도서관에 가서 종일 책만 읽으면 좋겠다는 꿈,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읽는 꿈.


무중력서재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작업실 한 켠에 공간이 생기자마자 큼직한 책장을 들여놓고, 저렴이 리클라이너 쇼파도 샀다. 서재를 갖고픈 꿈에 성큼 다가선 기분이었다. 그러나 좁은 집에 큰 책장과 편안한 의자는 답답한 느낌이었다.

결정적으로 본가가 이사하며 오랫동안 서재를 위해 모아왔던 책들을 가져오려고 보니, 꿈과 현실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막연한 꿈 속의 서재에서는 책이 10년, 20년, 30년이 지나도 그대로 일거라고 생각했을 뿐, 책이 시간이 흐르면 삭고 곰팡이도 피고, 습기에도 취약한 종이라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어릴때부터 모아온 책들을 가져오려고 꺼내보니, 고작 20년 정도 된 책조차 맨 손으로 만지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한 가루같은 것이 묻어 나왔다. 뿐만 아니라 그 때 그 시절에는 아주 잘 봤는데, 편집이 촌스러워 눈에 들어오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책 편집자와 디자이너들의 수고를 간과한 채, 책은 늘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이 편집과 디자인이 눈에 띄게 발전한 것이다. 이렇다면 책을 애지중지 모아두어도 아름다운 서재가 아니라 곰팡내 나는 폐지 수집고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현실에 눈을 뜨게 되었다. 아름다운 서재를 꿈꾸며 예쁜 서재 인테리어만 보면 열심히 스크랩했었는데....


보다 현실적인 문제는, 언제쯤 온전하고 근사한 서재를 갖출 수 있는 집에서 살 수 있게 될지 요원하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웬만하면 이북으로 구입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책을 읽으며 감명깊은 구절이나 느낀 점을 독서노트로 잘 정리해두는 것으로 타협했다.


처음에는 에버노트에 독서록을 적어 보았고, 에버노트 멀티 로그인 제한으로 디지털페이지 어플에 적기 시작했다. 다시 스크리브너에 이중 백업을 하고. 그러나 이렇게 적어두는 것은 생각보다 썩 재미있지는 않았다. 책이나 영화를 보고 가슴에 차오르던 느낌을 말하고, 비슷한지 혹은 각자 전혀 다른지 나누고 싶은데, 혼자 적는 독서노트는 그와 같은 나눔이 없기 때문이었다. 결국 돌아돌아 내게 맞는, 내가 찾던 정리 방식은 블로그라는 것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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