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무소유, 절판 이후 법정넷에 전문 공개

지난 해 본가가 이사하면서 별 생각없이 법정스님의 문고판 <무소유>를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했다. 워낙 유명한 책이고, 좋은 책들은 해를 거듭하며 새단장하여 출판되곤 하니 더 예쁜 새 책을 살 요량이었다. 그 때는 지금처럼 <무소유>를 구하기 어려울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법정 스님이 돌아가시면서 <무소유>를 절판하셨다는 것을 까맣게 몰랐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의 "함부로 인연 맺지 마라"가 실은 법정스님 말씀이 아니다?

갑자기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사람처럼 <무소유>를 찾게 된 것은, 내 책에 인용한 법정스님 말씀 때문이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에 수록된 글로 알려진 '함부로 인연맺지 마라'라는 글이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 다시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어 확인하지 않은 채 수많은 신문기사와 매체에도 법정스님의 글로 소개되니 의심없이 내 책에 적었다. (여자 서른, p192)


여자 서른


그런데 "함부로 인연맺지 마라"는 말씀이 법정스님이 아닌 이해인 수녀님이 저자라는 주장에 이어, 한 네티즌이 자신이 쓴 글이라는 주장을 보았다. 등에 땀이 쭉 흘렀다. 이런. 출간까지 한 책에서 잘못 인용을 했다니 얼마나 큰 잘못인가.

다급히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주문하기 위해 서점에 들어갔다. 그리고 뒤늦게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절판되어 품귀현상이 일어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고서적조차 귀한데다가 2천원 짜리 문고판 책이 11만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가 되고, 양장본의 가격도 상당했다.

<무소유>를 구입하는 것은 포기하고, 도서관을 찾았더니, 가까운 은평 도서관에서는 품절된 귀한 책이라 그런지 <무소유>를 보존도서로 지정해 대출이 되지 않았다. 혹시나 누군가 pdf 등으로 올리지는 않았을까 하는 절박한 심정에 찾아보다가 금동아줄을 발견했다.



법정스님의 책 전문을 무료 공개한 법정넷

<무소유> 절판 이후, 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무소유를 가르치시는 이 책을 소유하기 위한 중생들의 욕망이 엄청난 것을 보며 법정넷에서 스님의 글 전문을 무료 공개한 것을 찾아낸 것이다.


법정넷 http://www.beopjeong.net/


이게 웬 떡이냐! 애타게 며칠을 찾았는데, 온라인에 전문이 공개되어 있었다니....

들뜬 마음으로 법정넷에 들어가 보니, pdf 등으로 다운받아 소장할 수는 없되 사이트에서 스님의 글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


법정넷, 법정스님 무료 책


메뉴 중 가르침으로 들어가면 법정 스님의 책에 실린 글들이 있다.


법정넷, 법정스님 무료 책


법정넷에서 한꼭지씩 읽으니, 좋은 블로그를 찾아 포스팅 하나씩 읽는 기분이었다. 책으로 읽을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예전에 읽었던 자그마하고 얇은 종이책 <무소유>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던 것이 그리워졌다.



주객전도, 무소유를 가르치시는 책을 소유하고 싶다

어느 순간 상황은 주객이 전도 되어 있었다. '함부로 인연맺지 마라'의 출처가 <무소유>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책을 읽어볼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잘못 인용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걱정은 오간데 없이 <무소유> 책을 소유하고 싶다는 집착만 남았다.

품귀현상에 구하기 힘들다니 더 구하고 싶은 오기가 발동해 버린 것이다.

혹자는 이와 같은 심리에 대해 '그 또한 법정스님이 생각하신 부분일 지도 모릅니다. 무소유를 가르치는 책을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을 드러내어 반성하게 하시려는 것이었을 겁니다' 라고 해석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갖고 싶다'는 생각이 꽉 차 버려 다른 소리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법정넷에서 무료로 스님의 글을 모두 읽을 수 있게 해주었는데도, 내심 실망하며 '왜 다운로드를 주시지 않는거지?'라며 투덜댔다. 건져주니 보따리도 내놓으라는 심보다. 법정스님의 명저를 무료로 읽게 해 주셨는데, 그것으로 성이 안 차 소장하고 싶다고 때를 쓰고 있다니....

전자도서관에서 책 빌려 읽듯 법정넷에서 한 꼭지씩 읽으면 될 것을.... 이 무슨 집착이란 말인가.

정말로 글을 읽기에 앞서, <무소유>를 구하고, 집착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가르침을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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