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정동극장 한국 종합 뮤지컬 겸 전통연희극, 광대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데, "설문조사에 참여해주세요"라고 조용히 안내를 하고 계셨습니다. 설문에 참여한다고 해서 볼펜같은 작은 기념품을 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공연을 감동적으로 봤는데, 설문조사에서 모두 '매우 만족'으로 점수라도 드리고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닌지 어린 딸과 오신 아버님도 "우리 공연 너무 잘 봤잖아. 그러니까 설문에 감사인사 하고 가자"면서 옆에서 응답하고 계셨습니다. 그렇게 공연을 보고 나온 관객들이 너나없이 감사의 마음으로 올망졸망 앉아서, 서서 설문조사를 하게 만드는 신기한 공연이었습니다. 

 

설문조사의 질문 중 <광대>의 분류는 무엇이냐는 것이 있었습니다. 전통연희극? 창극? 판소리? 한국식 종합 뮤지컬? 

이 질문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광대>에는 전통연희가 있고, 판소리가 있고, 사물놀이 등의 풍물패의 놀이가 있습니다. 화관무, 아박무, 한량무, 초리춤, 소고춤 등을 다 볼 수 있는 한국무용 공연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요? 한참 고민하다 응답하고 나왔는데,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에는 "전통연희극 광대"라고 되어 있긴 했습니다. 

 

전통연희극, 광대

 

전통연희극 광대 줄거리

2026년 오늘, 100여년 전인 1902년 한양의 공연장인 법률사에서 펼쳐졌던 전통연희극 <소춘대연희>를 2026년 국립정동극장에서 다시 무대에 올리는 날 입니다. 리허설을 하는데 귀신이 나타납니다. 배우들과 주연배우 모두리는 귀신 소동에 어디론가 사라지고, 혼자 남은 단장(이순백) 앞에 두루마기를 입은 꼬마가 나타납니다. 꼬마인데 말하는 것은 어른같은 신기한 아이였죠. 그 아이와 단장이 주거니 받거니 판소리를 하다보니 어느덧 100여년 전 전통연희극에 섰던 귀신들과 2026년의 주연무용수가 같이 춤을 겨루는 공간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리고 극의 마지막에 그 꼬마의 정체도 밝혀집니다. 

 

귀신들은 얼굴을 하얗게 칠하고 이마에 선이 있으며, 눈가를 붉게 메이크업을 해서 귀신인지 사람인지 금방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귀신이나 사람이나 이들은 모두 '광대'로 그 자리를 온전히 즐기며 한 판 신명나게 놀아줍니다. 음악이란 시간과 공간, 심지어 영적 경계를 넘어서도 주거니 받거니, 그리고 서로 같이 한바탕 놀 수 있는 것인가 봅니다. 

 

국립정동극장 광대 커튼콜

 

'광대가'를 인용한 '광대라 허는 것은'을 커튼콜에서 불러주신 무대 영상입니다.  

 

 

<광대> 프로그램북 

https://drive.google.com/file/d/1j0Q5JNCyvlBHoJZWlwVz9joQn5BMN6SA/view 

 

프로그램북에서 작가님의 글 중, 몇 구절이 가슴에 크게 남았습니다. 광대 뿐 아니라, 저도 삶이라는 무대에서 눈치보고 위축되어 있어 한판 잘 놀지 못하고 살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같은 광대도 분명 필요하겠지요. 

 

광대 작가의 글

 

볼거리가 워낙 많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빨려 들어가게 되기도 하고, 그 한 판 신명나게 놀아보는 그 에너지가 엄청났습니다. 공연 보고 나오며 또 보고 싶은 공연이었습니다. 

제가 본 것은 이상화님이 단장님으로 열연하신 무대였고, 다른 캐스팅은 여자분이 단장 역을 맡으셔서 그 매력이 사뭇 다를 것 같았습니다. 다른 주연배우들이 그리는 <광대>는 어떨지도 궁금했습니다. 

 

(공연 결말 스포) 

 

 

 

 

명창 이동백, 국립정동극장

 

국립정동극장에 숨어있던 명창의 동상 

공연에서 꼬마로 변신해서 나타난 두루마기 입은 어른은 명창 이동백님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자 국립정동극장 마당에 명창 이동백님의 동상이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국립정동극장에 몇 차례 왔었는데, 전혀 몰랐습니다. 동상의 주변으로 녹음이 우거져 있어, '분명 동상이 있다고 했는데?'라며 한참 두리번거려서 찾았습니다. 

 

국립정동극장 좌석 추천

저는 중앙 셋째줄(B열 22번)이었습니다. 가보니 첫째줄과 둘째줄을 비워두셔서 셋째줄이 사실상 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첫줄이었습니다. 혹 22번이 있는 그 줄에 앉으시면 중앙에서 무대를 온전히 내 것 인양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정동교회

 

국립정동극장은 주변이 참 예쁩니다. 공연을 보고 난 후 근처 산다미아노 카페에서 차 한 잔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길에서 정동교회, 옛 배재학당 건물(현,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을 둘러보며 저도 100년 전 건물들 사이에서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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