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 감동 코미디 영화, 선생 김봉두
오랜만에 선생 김봉두를 다시 보았습니다. 촌지 좋아하는 쓰뤠기 초등학교 선생으로 나왔던 차승원의 코미디 연기가 일품이었습니다. 특히 정선 초등학교에 발령받아 촌지 받으려는데 더덕 가져오는 아이들에게 실망하는 것, 혼자 한게임 고스톱 재현하는 장면들에 미친듯이 웃었습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가볍게 웃으려고 영화를 틀었다가, 눈물 콧물 흘리며 보고 있었습니다. 재미있고 괜찮은 영화였던 것 같기는 하나, 웃긴 장면만 기억에 남고, 후반부의 감동적인 장면은 잊고 있었어요.
선생 김봉두 줄거리 및 결말
선생 김봉두는 촌지 받으로 학교 다니는 선생이었습니다. 학부모들에게 전화해서 면담하자고 하고, 가져오는 돈을 받으며 생활을 합니다. 전날 학부형과 만나 술 먹고, 다음 날은 숙취에 쩔어 지각하고, 아이들은 자습이나 시키는 몹쓸 선생입니다. 아버지 병원비 때문에 좀 더 심하게 촌지를 삥뜯은 것 같긴 한데, 좋은 선생은 아닙니다.
당시에는 영화 보면서 참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김영란법 덕분에 선생님들이 촌지 안 받으시는 세상이 된 것을 보니 새삼 세상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초등학교 다닐 때, 정말 선생 김봉두가 하듯, 엄마가 학교 안 온다고 애를 몹시 갈구는 선생님이 있었거든요. 아직도 그 애 이름도 기억나요. 박성준. 맨날 선생님이 그 애를 미워하면서 "니네 엄마는 뭐하길래 학교도 한 번 안 오니?" 이러시고, 엄마들이 마지못해 촌지 놓고 간 아이들은 혼내지 않으셨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은 참.....
좋은 선생님도 있긴 했으나, 몹쓸 선생도 참 많았던 시기 입니다.
맨날 촌지만 밝히고 애들은 자습 시키던 김봉두는 촌지 받다가 문제가 생겨,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1년간 강원도 분교의 교사로 가게 됩니다. 가보니 순박하기 짝이 없는 시골 사람들이 '마음'을 다해 선생을 챙겨주었습니다. 그러나 선생 김봉두는 '마음'보다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어떻게든 촌지 좀 받아보려고 하는 선생 김봉두의 노력이 이어집니다.
심심하니까 혼자 고스톱을 치면서 한게임 고스톱을 재현하기도 합니다. "내놔." 이런 거요. 한게임 고스톱 좀 쳤던 사람들은 효과음 성대모사에 자지러지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지내다가, 아이들이 다 없어지면 계획보다 빨리 학교가 사라진다는 아이디어를 얻어, 아이들을 서울로 유학보내기 위해 온갖 설득도 해 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분교에 껌딱지처럼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감정기복 심한 선생 김봉두는 짜증도 냈다가 아이들과 어울리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점차 아이들에게 물들어 갑니다.
그러다 서울에서 전학 온 아이가 전학 온 첫날에 촌지를 주고, 그 사실을 아이들이 알게 되며 시골 마을 학부형들에게 동요가 일어납니다. 그토록 바라던 촌지와 선물이나, 김봉두는 씁쓸해 하면서 뭔가 깨닫기 시작합니다. 뒤이어 분교가 폐교하면 그 자리에 서바이벌 게임장을 지으려는 업자의 뇌물도 받게 되는데, 예전 같으면 한 없이 좋아했을 뇌물에 멍해지기도 합니다. 그 돈을 받아서 아이들 선물을 사주기도 하고요. 사람이 바뀌어 가는 것이죠. 마을 사람들 갈등 중재도 해주고, 괴팍한 할아버지 한글도 가르쳐 드리고, 아이들 집에 찾아가기도 하고요.
빨리 학교가 폐교되어 서울로 돌아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어느 순간 그 마음이 사라진 듯 했습니다. 그러나 김봉두의 성장과 별개로 학생 수 감소로 인해 분교는 폐교가 되었습니다.
산내분교 마지막 졸업생이 된 남옥이 졸업식을 끝으로 학교와 작별하게 되었습니다. 끝으로 양희은의 내 어린날의 학교가 나오면서 산내분교로 나왔던 영화 촬영지가 실제로 폐교된 분교라는 것을 보여주며 끝이 납니다. 양희은의 노래 끝날 때까지 우느라 영화를 끌 수가 없었습니다.
선생 김봉두 촬영지
영화에서는 산내분교라고 나왔으나, 실제 김봉두 촬영지는 정선 연포 분교라고 합니다. 영화 개봉이 2003년도가 벌써 16년 전인데, 영화를 통해 이 곳이 알려지며 그 후에 삼시세끼에도 나오고, 무한도전, 1박2일 등에도 다시 나와서 사람들이 가끔씩 찾는 곳이 되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처럼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바뀌지 않고 있나봐요.
언젠가 정선에 가면 연포분교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에 다녀오신 분의 후기를 보니, 영화에서 보던 개울가, 나무들이 그대로 있고, 관광지가 아닌 고즈넉한 곳이라 참 좋았다고 합니다.
선생 김봉두 아역 배우 근황
오랜만에 선생 김봉두를 보노라니, 차승원 외모가 많이 변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선생 김봉두를 볼 때만 해도 굉장히 잘생긴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선생 김봉두 촬영 시절만 해도 조금 촌스럽고 퉁실한 느낌이었네요.
차승원은 선생 김봉두 촬영 시절보다 살이 좀 빠지고, 주름은 약간 늘었으나, 세련미와 잘생김이 증가한 것 같습니다. 눈썹 정리의 효과인가 싶기도 하고요. 차승원은 그 때도 성인이었는데 아역 배우들 근황이 궁금했습니다. 16년이 지났으니 많이 컸겠죠..
소석이는 영화 촬영 당시에도 연기 잘 하는 (여기저기서 봤던) 아역 배우였습니다. 다섯 명 모두가 주인공이지만, 특히 양소석의 무게가 컸던 것 같아요. 배우는 이재응이었대요. 양소석이었던 아역배우는 훈훈하게 자라 옛날 얼굴이 고스란히 남은 배우가 되었습니다.
카랑카랑 연기가 아니라 현실인가 싶을 정도로 최애순이었던 아역 배우는 자라서 예쁜 배우가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까만 얼굴, 촌스러운 머리띠와 왕방울을 매달고 다니면서 똑부러지는 소녀였는데, 지금은 뽀얀 배우가 되었어요. 배우 이봄 이라고 합니다. 사진 찾다보니 맡은 배역에 따라 이미지가 많이 달라, 팔색조 배우가 된 듯 합니다. 정변한 아역배우에요.
남옥이 역할 맡았던 아역배우 최민주도 여기저기서 많이 본 것 같아 성인 배우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남옥이, 남진이, 성만이 역을 맡았던 아역배우는 계속 배우로 남진 않았나 봅니다.
선생 김봉두에서 엄마가 촌지를 가져오지 않아 갈굼 많이 당했던 도영이도 자라면서 살이 빠지고 훈훈한 배우가 되었습니다. 도영이 역을 맡았던 아역배우 이름은 한선구라고 합니다.
선생 김봉두 나온지 16년이 지났으니 아역배우들이 많이 크다 못해 이제는 좀 늙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했는데, 훈훈히 잘 자라기만 했나봐요.
오랜만에 옛날 영화 다시보며 격세지감도 느끼고, 촬영지 근황, 출연배우들 근황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