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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면 버릴수록 행복해졌다, 설레는 물건 남기기보다 언짢은 물건 버리기

· 댓글개 · 라라윈

무중력 책장 : 버리면 버릴수록 행복해졌다, 설레는 물건 남기기 보다 언짢은 물건 버리기

초반에는 <버리고 비웠더니 행복이 찾아왔다>와 제목이 헷갈렸다. 한국 미니멀리스트 책이라고 홍보하는 점이나, 책 제목 때문에 미니멀리즘 인기에 편승한 아류작이 아닐까 했다. 그러나 읽다보니 일본의 미니멀리즘 책과는 다르게 콕콕 찔러주는 면이 있었다. 확실히 한국인이라 그런지 공감되는 포인트가 훨씬 많았다.



# 시류에 휩쓸려서 산 풀세트 들...

첫째로, 어떤 취미나 무언가가 유행할 때 알게 모르게 휩쓸려 풀세트로 장만하는 점이다.

와인 유행할 때면 와인 관련 용품들 어느새 따라 사고, 등산 유행하면 등산장비 갖추고, 캠핑 유행하면 프로 캠퍼모드로 다 사서 잔뜩 쌓아두고, 다육이 키우기가 유행하면 다육이 잔뜩 사서 쌓아두며 키우다가 스트레스 받는 것들에 공감이 되었다. 품목은 달라도 나 역시 그런 식으로 뭘 해보겠다며 풀세트로 구입해서 그냥 쌓아두는 것들이 수두룩하니까. 지난 7~8년간 7번도 사용하지 않은 아령 풀세트와 푸쉬업 세트 같은 것들... 3번 쓴 요가매트 같은 것들.... (물론 요가바지, 요가할 때 입는 스포츠 브라 세트 등도 샀었다....)

아, 커피에 꽂혀서 모카포트, 머신, 캡슐머신, 드립 세트 등도 샀다. 안 내린지 꽤나 오래 되었지만.

카메라도 뭐.... 사진에 취미가 없음에도 남들 다 사진 찍으러 다닌다고 하고 DSLR 쓴다니까 무겁기 짝이없는 것들 들고 다녔고, 삼각대며 장비며 따라산 것들이 꽤나 많다. 지금은 그냥 핸드폰으로 찍을 뿐, 카메라 가지고 다니지 않은지 무척 오래 되었다. 애초에 난 사진을 일종의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일 뿐, 예술로 접근하며 멋진 사진 한 장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다.



# 보면 스트레스 받는것, 불편한 감정이 드는 것을 치워버려라.

둘째로, 설레는 물건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싫은 물건 보면 스트레스 받는 물건을 치워버리라는 점이 크게 와 닿았다.

미니멀리스트,미니멀리즘, 정리에 대해 좀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들어봤을 말이 곤도 마리에의 '설레는 것을 남겨라' 일 것이다. 버릴 것을 고르면 힘드니까, 설레는 것들만 남기라는 것이다. 꽤 괜찮은 기준인데, 설레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기준이었다. 손톱깍이를 설레서 가지고 있겠는가, 화장실 변기솔이 설레면 얼마나 설레겠는가.

집안에는 설렘과는 거리가 멀지만, 살아가는데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 꽤나 많다. 그것들을 죄다 설레는 것들로 새로 사는 것도 바보같은 짓이고.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것 중 하나는 보고 있으면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고 스스로가 한심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을 버리는 것이었다. 

앞서 이야기된 시류에 편승해 장만한 장비들도 그렇다. 캠핑가려고 장비 다 사 놓고, 베란다 한 켠을 가득 메운 것들을 보면 '언제 가야되는데...'라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집도 어수선하고. 그러나 캠핑을 가서 정말 좋은게 아니라 불편해서 가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자꾸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거슬리게 하는 것들을 치워버리는 것이다.

영어 공부 하겠다며 사 놓은 책, 운동 시작해보려고 사놓고 한 번도 안 쓰는 운동기구, 읽으려고 사 놓았지만 읽지 않는 책...

볼 때마다 답답하고 초조해진다.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스스로 구입한 것 뿐 아니라, 어디에선가 얻었지만 볼 때마다 언짢은 것들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예전 회사에서 체육대회 때 받은 브랜드 운동화인데, 제법 가격이 나가는 것이라 버리기 아깝지만 예전 회사에서 있던 힘든 일이 생각나 볼 때마다 맘이 편치 않은 것이 있다. 싫은 것 까지는 아니어도 떠올리면 뭔가 맘이 편치 않은 물건, 언짢아지는 것들도 대상이다.


이 기준은 상당히 유용했다.
물건은 점화 효과가 있다. 전혀 생각 못했다가 졸업앨범을 보면 그제야 떠오르는 것처럼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떠오르게 하고 한다. 좋은 감정, 좋은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것은 좋지만, 보면 불편하고 뭔가 언짢고, 기분이 안 좋아지게 하는 것들은 애써 모시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이 기준으로 물건을 치웠더니 꽤 많이 비울 수 있었다.

옛날 사진은 모두 앨범에 붙여서 잔뜩 모아두고 있었는데, 사진 보는 순간 훅 짜증이 나는 것들은 추억이고 뭐고 싹 버려 버렸다.

'1학년 때 얘 때문에 정말 힘들었어. 재수없어, 죄다 자기만 찍어 달라고 해서 다 얘 사진만 있네.'

이런 것들은 과감히 버렸다. 지금은 버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떠오르나, 적어도 나중에는 그 사람 사진을 보며 '아, 맞다, 이 사람! 나 회사다닐때 진짜 얘 땜에 힘들었는데' 라며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언짢은 기억을 되새김질하지는 않게 될 것이다. 물건들도 마찬가지고.



이 밖에도 오랜 직장인으로 주부로 사람에 치이며 세상에 치이며 느낀 것들을 담담히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놓은 부분들도 꽤 공감되는 것이 있었다. 어느덧 읽은 지 시간이 꽤 지나 지금은 '설레는 것을 남기는 것보다 보면 불편해지는 것들을 치운다'는 것만이 가장 강력히 남는다.



버리면 버릴수록 행복해졌다 - 8점
황윤정 지음/엔트리


미니멀리스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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