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 미쉘 첫번째 책
<버리고 비웠더니 행복이 찾아왔다>를 기분좋게 읽고 나니, 미니멀리스트와 관련된 책을 더 읽고 싶었다. 대체로 사진이 많고 내용이 짧기 때문에 인테리어 잡지 보는 기분으로 가볍게 볼 수 있어 부담이 없다. 휑하고 햇볕만 가득한 집 사진들을 보면 마음도 홀가분하게 정화되는 느낌이 들어 좋기도 하고.
나같은 사람이 많은 것일까?
도서관의 미니멀리즘 인테리어나 비우기에 관련된 책들은 모두 빌려가고 한 권도 없었다. 심지어 예약까지 길게 늘어서 있었다. 뭔가 할 수 없을 때 발동하는 오기가 또 등장하여, '나는 기필코 미니멀 관련 책을 읽을테다' 라는 기세로 찾다가 간신히 빌린 책이 <오늘부터 미니멀라이프> 였다.
무인양품으로 심플하기 살기 라더니, 무인양품 카달로그 느낌
부제로 '무인양품으로 심플하게 살기' 라고 쓰여 있는 점을 유심히 봤어야 한다.
이 책은 여느 미니멀리즘, 홀가분하게 살기 책과는 많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정리 방법 책에서 금기시 하는 한 가지가 '수납용품 사지 않기' 이다. 나도 절감하는 부분인데, 정리를 하겠다며 다이소와 이마트에 가서 수납용품, 수납가구부터 사오고 보면, 정리는 커녕 수납용품이 더 어질러진다. 고심하여 딱 맞는 크기의 수납용품들을 사와도 비슷했다. 수납용품을 하나 더 삼으로 인해 지저분해짐도 하나 더 추가될 뿐이다.
내가 미니멀리즘에 열광했던 부분도 이 때문이었다. 인테리어 예쁘게 하고, 수납도구 사서 정리해 봤자 소용이 없다. 짐이 늘면 말짱 도루묵이며, 이사가면 또 다시 처음부터 재정리해야 한다. 그러나 짐과 물건 자체가 없으면 정리할 것도 없고, 이사를 가든 뭘 하든 홀가분하게 지낼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그런데 <오늘부터 미니멀 라이프>는 무인양품의 온갖 수납용품을 광고한다.
커다란 파일박스를 이용해 아이들 장난감을 정리하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그 밖의 자질구레한 수많은 수납용품들에 대해서는 카달로그 같다는 느낌만 들었다.
취향과 가치관의 문제인 것 같은데, 수많은 미니멀 리스트 글들을 보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과 싫어하는 스타일이 나뉘었다.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집들에 감탄하나, 너저분하게 (벌써 형용사에서 감정이 들어가 있다) 꾸미려고 드는 집들을 싫어한다. 바닥에 물건이 많으면 이 사람은 청소를 안할거라고 의심한다. 1년째 매일같이 바닥을 쓸고 닦아보니, 바닥에 뭔가 있으면 청소할 때 걸리적거린다. 그래서 큼직한 바퀴달린 의자도 치워버렸다. 바퀴달린 의자는 청소할 때 바퀴에 먼지를 매달고 이동하기 때문에 닦기가 아주 고약했다. 바퀴 닦아줄려면 바퀴를 일일이 굴려가면서 닦아야 하는 것도 어려워서 치워버렸다.
매일 닦다보니 욕실 앞 매트, 주방 매트도 걸리적거려서 버렸고, 여름에 잠시 에어컨 있는 방에 매트리스 놓고 쓸 때는 매트리스가 정말 거슬렸다. 청소하면 매트리스 주변으로 먼지가 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집엔 아무도 없어>의 유루리 마이가 모든 가구들을 20cm 쯤 들어올려 청소기가 쓱쓱 들어갈 수 있게 해 놓은 것에 감탄했다. 반면 선반과 바닥에 이것저것 늘어놓고 '미니멀 라이프!' 라고 하는 집을 보면 '진짜 청소 안하나보다.'라는 편견이 출동한다. 이 책에 나오는 집은 내 편견을 여러모로 출동시킨 집이었다.
읽고나서 홀가분해지는 것이 아니라 언짢아졌다.
버리고 비웠더니 행복이 찾아왔다를 읽고는 무인양품에 가보고 싶어 무인양품 매장 위치도 찾아봤는데, 대놓고 무인양품을 광고하는 이 책을 읽자 여러 의심이 들었다. 무인양품과 계약해서 광고해주는 책인건 아닌지 갸우뚱했다.
<오늘부터 미니멀라이프>를 읽고 쇼핑 뽐뿌가 온 것들
썩 홀가분한 책은 아니었어도, 무인양품을 광고하는 것에는 성공한 책인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무인양품에 가서 사고 싶은 것이 많아졌으니까. 특히 꽂혔던 것은 못을 박지 않는 선반이었다.
월세집에 못 박기가 조심스럽다는 말에는 백분 공감했다. 한국에서는 못 하나 박았다고 이사 나갈때 보수 비용을 까지는 않지만, 그래도 있는 동안 조심히 잘 쓰고 돌려드리고 싶다.
무인양품 벽 선반은 핀으로 고정을 하는 것이라 못을 박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 이야기에 솔깃해 찾아보니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다.
그러나 직접 설치한 보라님의 후기를 보니, 핀 2개를 나사로 고정하고 나무를 얹는 방식이었다. 못을 박는 것은 아니지만 나사로 구멍은 뚫어야 되는 것이라 잠시 혼란이 왔다. 못을 박으면 안되는데 나사로 구멍을 뚫는 다고? 이 책의 저자 미셸과 나는 사고 방식 차이가 큰 것 같다. 미니멀의 개념이 사람마다 참으로 다르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어쨌거나 이 책을 통해 마스킹 테이프로 이름을 써서 붙이는 팁, 커다란 파일박스로 장난감 박스를 하면 좋다는 팁 두 개를 배웠다. 나중에 아이를 낳게 된다면 장난감 박스를 만들어 줄 계획이나 먼 훗날 이야기이고, 우선 가서 마스킹 테이프와 흰색 펜을 사왔다.
그동안은 마스킹테이프를 원래 용도대로 대고 뭔가 작업을 한 다음에 떼어내는 것에 사용하거나, 테이프 용도로 썼는데 색깔있는 마스킹 테이프와 흰색펜을 이용하면 멋스러운 이름표가 될 것 같다.
<오늘부터 미니멀라이프>의 팁을 따라서 몇 개 붙여봤더니 꽤 멋스럽고 예쁜 이름표가 되었다. 사용중에 떨어지지는 않지만, 다 먹고 설거지할때는 쉽게 떨어져 편했다. 색깔있는 마스킹테이프에 흰색 펜으로 글씨 써서 이름표를 붙이는 꿀팁을 얻었다. 갑자기 저자 미쉘에게 고마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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