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 연속극 : 드롭 데드 디바 시즌1
교통사고 후 쉴 때 재미나게 봤던 체인지 디바를 다시보고 있습니다. 코미디인 듯 하면서도 인간관계에 대해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미드라서 다시 봐도 재미납니다.
미국 제목은 Drop dead diva 이고, 넷플릭스 제목은 체인지 디바 입니다. 뎁이라는 모델이 교통사고로 죽어서 하늘에 갔는데, 환생 버튼을 누르며 제인이라는 변호사로 환생하여 벌어지는 일 입니다. 그래서 드롭 데드 디바, 체인지 디바라고 이름 붙인 듯 합니다.
머리는 좀 나빴지만 외모가 끝내줬던 뎁 도킨스는 뚱뚱하고 못생긴 제인 빙엄으로 환생해 기겁합니다.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이건 꿈일거라고 생각하며 현실부정을 하죠. 죽기 전 뎁은 무릎이 못생겼다며 걱정할 정도로 사소한 외모까지 신경쓰던 사람이었고, 철저한 식이조절과 운동으로 몸매를 가꾸던 사람이라 제인의 몸뚱이에 들어가게 된 것이 벌받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환생한 뎁은 제인의 몸에 갇힌 것을 보며 여기가 지옥이냐고 묻는데, 뎁의 영혼은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모때문에 제인 빙엄 변호사로 살게 된 뎁
뎁은 먼저 남자친구 그레이슨과 함께 살던 집으로 갑니다. 그러나 44 사이즈를 입던 뎁의 옷들은 하나도 맞지 않습니다. 그 때 남자친구가 돌아와 흐느껴 우는데 자신이 뎁이라고 나서질 못합니다. 만약 뎁이 죽기 전처럼 예쁜 여자로 환생했다면 내가 뎁이라고 했을지도 모르는데, 외모에 민감했던 뎁은 제인의 몸뚱이인 자신을 보면 그레이슨이 싫어할거라 생각해서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뎁이 사고쳐서 환생한 바람에 문지기였던 프레드는 수호천사로 강등되어 뎁을 따라 왔습니다. 프레드는 뎁에게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뎁이 아닌 제인으로 살라고 합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요. 뎁은 싫다고 하지만, 뎁이라고 해도 미친 사람 취급 받을 것 같은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인이 되어 삽니다.
제인 빙엄이 워낙 바쁜 변호사였기 때문에, 뎁은 어찌할 겨를도 없이 변호에 나서게 됩니다. 원래 법률지식이 전혀 없던 사람인데 변호사를 하라고 하니 굉장히 긴장하나, 제인의 몸에 내장된 지식이 도와주곤 합니다. 뎁은 몰랐지만 제인은 알던 지식들이 번뜩번뜩 떠오르는데, 그렇게 제인의 몸, 기억과 연결될 때면 가벼운 통증을 느낍니다.
뚱뚱하고 못생긴 제인이 모델처럼 행동하는 것이 웃깁니다. 뚱뚱녀는 예쁜 모델같은 행동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제인이 하기 때문에 웃긴 것을 보면, 외모에 대한 차별, 편견이 있었다는 것을 웃음 속에 찔러 넣은 듯 합니다.
갑자기 변호사 활동을 하랴, 제인의 삶에 대한 아무 기억이 없는데 갑자기 제인으로서 살려니 굉장히 괴로워 합니다. 실수도 많이 하고, 법정모독죄로 갇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인이 총을 맞은 뒤 이상해졌다며 주위에서 도닥이고 이해해주는 덕분에 뎁이 제인으로 사는 것이 조금은 수월해집니다. 기억이 안나면 총에 맞은 뒤 기억상실증에 걸려 기억 안나는 것들이 있다고 둘러대면 되었습니다.
점점 예뻐지는 제인
뎁이 제인의 몸을 차지한 후, 전직 모델답게 제인을 가꾸기 시작합니다.
친구인 스테이시도 열심히 도와주는데, 이들은 결국 제인의 몸은 제인의 몸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저녁 7시 이후로는 안 먹고, 술만 마실 뿐 안주는 안 먹고, 엄청나게 운동을 하던 뎁과 스테이시와 달리 제인은 운동을 싫어하고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합니다. 제인의 몸을 다이어트해 날씬해 지려던 목표는 이내 포기하게 됩니다.
살을 빼는 것은 포기했으나, 이전에 가지고 있던 메이크업 기술, 관리 기술 등을 동원해 제인은 점점 예뻐집니다.
옷도 무난하고 촌스럽던 차림에서 세련되고 예쁘게 입고요. 제인이 점점 예뻐지고 세련되어 지는 과정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인 원판이 그대로인데도 당당한 태도, 관리에 의해 굉장히 달라지는 것이 보입니다. (브룩 엘리엇을 매도하자는 것은 아니나, 스테이시, 뎁 등의 여배우와 비교하면 예쁜 여배우 외모는 아니니까요..)
사랑한다고 말 못하는 그레이슨
하루 아침에 변호사가 되어 변호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뎁에게 더 힘든 것이 있습니다. 뎁의 남친이던 그레이슨이 같은 로펌에서 일하는 것 입니다. 알고 보니 제인 빙엄이 그레이슨을 추천해 주었다고 합니다. 제인은 그레이슨만 보면 눈물이 글썽글썽한데 그레이슨은 전혀 모릅니다.
가끔 제인이 뎁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 "신기하네요. 뎁도 똑같은 일을 겪었는데.." 라고 할 뿐, 설마 제인이 뎁의 환생이라고는 상상도 못합니다. 그레이슨은 뎁을 너무 그리워하며 굉장히 힘들어 했는데, 로펌에서 일하며 킴과 눈이 맞습니다.
킴은 예쁘고 날씬한 변호사로 못된 여자 캐릭터로 나옵니다. 매우 냉정하고 이기적이고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 안 가립니다. 그레이슨을 보자마자 작업 들어가서 결국 그레이슨은 킴과 사귀게 됩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제인(뎁)은 가슴이 찢어지죠.
킴 캐스웰 역의 케이트 레버링의 빨간 머리는 시즌1에서만 볼 수 있고, 시즌2부터는 금발로 나옵니다. 킴은 그레이슨을 뺏어간 악녀 캐릭 뿐 아니라, 못생기고 뚱뚱한 제인을 비참하게 만드는 미녀 캐릭터도 맡고 있습니다.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는 사건이 있으면, 비주얼이 떨어지는 제인 대신 킴을 내세우고, 뚱뚱녀 사건이 있을 때 제인이 맡으면 뚱녀라서 그런거 같을까봐 킴에게 맡기려고 하는 등의 차별을 겪게 하는 인물입니다.
체인지 디바 시즌1 결말
제인은 수술로 운동선수 생활을 마치게 된 마이너리그 야구선수가 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을 이기게 해주어 거액의 보상금을 받아냅니다. 거액을 받을수록 로펌의 수익도 커지기 때문에 샴페인 파티를 하며 훈훈하게 시즌1이 끝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뭔가 찜찜해 조금 파헤쳐 본 결과, 메이저리그로 갈 가망이 없던 야구선수와 내연녀였던 외과의사가 짜고 보험사기를 벌인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변호사 의뢰인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제인이 이 사실을 폭로하면 제인은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습니다. 고민하다가 제인은 변호사 경력을 포기하고 정의구현을 하기로 하여 보험사기를 신고하고, 제인이 변호사였다고 해서 뎁인 제인이 꼭 변호사는 살
필요 없다며 자기 인생을 찾기로 결심합니다. 더불어 뎁의 남자친구였던 그레이슨을 놓아주고 토니와 사귀고 여행을 가기로 결심합니다.
그 순간, 생각지도 못한 제인의 남편이 나타나며 시즌1이 끝납니다.
드롭 데드 디바 시즌1 소회, 몰랐던 외모편견에 대한 깨달음
늘씬하고 예쁜 미녀였다가 못생긴 뚱녀가 되면 정말 끔찍하긴 할 것 같습니다.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정말 처참한 심정이 느껴져요.
직업이 불안정하지만 예쁘고 늘씬한 여자 vs 잘 나가는 천재적인 변호사이지만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
둘 중에 선택하라면 뭐 할래? 라고 하는 잔인한 선택을 시킨 결과를 보는 듯 합니다.
원래 미녀였다가 뚱뚱 추녀가 되고 보니, 뚱뚱 추녀가 겪는 비참한 현실을 아이러니한 심정으로 겪습니다. 날씬한 여자애들이 몸을 위 아래로 훑으며 '그만 좀 쳐먹어. 그러니까 살이 찌지'라고 말하는 눈빛을 느끼고, 뚱뚱해서 차별을 당합니다. 예전에는 겪어본 적이 없는 일이었죠.
연애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이 제인의 외모로 환생한 자신을 싫어할까봐 그레이슨에게 자신이 제인이라고 말을 못하고 울기만 합니다. 그레이슨이 킴과 사귀는 사이, 제인에게도 토니라는 변호사 남자친구가 생기나 제인의 외모로는 자신이 없어 연애에 진척이 없습니다.
애초에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로 나온 브리짓 존스의 경우 조금 우울한 느낌이라면, 체인지 디바는 원래는 미녀였던 여자가 뚱뚱한 추녀로서 억울한 일을 겪는 것이라 좀 코믹하고 역설적인 느낌입니다. 가볍고 재미있게 풀어내서 웃으면서 클클대고 보다 보면 '나도 저런 편견이 있었나보디' 하는 외모에 대한 차별, 편견에 대해 많이 깨우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