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 영화 : 저스티스 리그 어벤져스3 예고편보다 못했던 이유 3가지
어벤져스가 마블코믹스의 히어로 종합 선물세트라면, 그에 대적하는 DC코믹스 히어로 모음이 저스티스 리그라고 합니다. 저는 마블과 DC 만화책을 보며 자란 사람이 아닌지라, 각 회사 만화책의 세계관은 잘 모릅니다. 코믹스에 대해 몰라도 슈퍼맨 영화, 아이언맨 영화, 미드 플래시 등을 볼 때는 꽤 재미나게 봤는데, '세계관'이 등장하는 영화를 볼 때는 잘 몰라서 썩 재미나진 않습니다. 만화책의 주인공들이 불쑥 등장하면서 설명이 생략되면 이해하기가 어려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저스티스 리그는 배트맨 vs 슈퍼맨을 안 본 상태에서 보니, 전편의 줄거리를 상당히 추측해야 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줄거리는 단순해, 영웅이 뭉쳐서 악당을 물리치는 뻔한 재미는 있습니다.
어벤져스3 인피티니 워 예고편이 나오자, "저스티스 리그 본편보다 재밌다!"는 평이 많았을만큼, 혹평을 받던데.... 영화를 보니 왜 저스티스 리그가 어벤져스3 예고편만도 못하다는 소리를 듣는지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스포 있습니다)
저스티스 리그 재미없던 이유1. 익숙한 주인공이 아닌 낯선 얼굴에서 재미 반감
초반에 가장 먼저 놀란 것은 배트맨의 터질듯한 볼살이었습니다.
"배트맨이 왜 이렇게 살이 쪘어? 볼살이 배트맨 수트 밖으로 삐져 나오는데...." 라고 했더니, 친구가 알려주었습니다.
"크리스찬 베일 아니고 벤 애플렉이야. 벤 애플렉은 입금 됐어도 살 안 뺏나 보지." 라고요.
벌써 배트맨 vs 슈퍼맨부터 크리스찬 베일이 아닌 벤 애플랙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배트맨 vs 슈퍼맨부터 망한 이유가 배우가 바뀐 것도 영향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크리스찬 베일의 날렵하고 고독한 영웅 분위기는 오간데 없고, 포동포동 볼살의 둔한 배트맨이라니......
플래시맨은 더 놀랐습니다. 미드 슈퍼걸은 상당히 재미없게 봤으나, 미드 플래시는 무척 재미있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장르도 아니고 이야기도 뻔할 것 같아 한 편 보고 넘기려다가 어느덧 미드 플래시 시즌3까지 정주행 할만큼 재미났습니다. 배리 앨런 (플래시맨) 역의 그랜트 거스틴도 플래시맨에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에즈라 밀러가 배리 앨런으로 나옵니다. 처음엔 뉘신가 했습니다. 게다가 촐싹대고 어리버리한 캐릭터로 나와서 여러모로 낯설었습니다. 미드 플래시 주인공이 영화 저스티스 리그에서도 플래시맨이었다면 팬심에 훨씬, 훠어어어어얼씬 재미나게 봤을 것 같습니다. 이건 어벤져스의 닥터 스트레인지에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나오는 느낌이에요.
슈퍼맨도 낯선 분이셨습니다. 최근의 슈퍼맨 시리즈의 주인공은 계속 헨리 카빌이었던 모양인데 최근 슈퍼맨 시리즈를 하나도 안 봐서, 제 기억 속의 슈퍼맨은 크리스토퍼 리브라 "어, 슈퍼맨 저 얼굴 아닌데..." 했습니다. 유명한 영웅들이 총출동하는데, 뭔 유명한 영웅 셋 다 제가 아는 얼굴이 아니라 낯선 딴 사람이 나오니까 재미가 훅 떨어졌어요.
어벤져스가 재미있던 이유는 "어, 어??? 주연급 배우들이 이렇게 다 나오는거 맞아???" 하는 면이 있었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예고편 만으로도 사람들이 흥분하는 이유는 영화 한 편에서 볼 수 없는 배우들이 총출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배우들 때문만으로도 봐야 할 영화인거죠. 그런데 저스티스 리그는.... 음.....
저스티스리그 재미없는 이유2. 단순한 줄거리와 발연기의 합작
저스티스 리그 줄거리는 엄청나게 단순합니다. 원래는 혼자서 지구를 지키는 영웅들인데, 혼자 상대하기에 벅찬 엄청 센 악당이 나타나서 지구를 지키려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 입니다. 줄거리는 어벤져스도 똑같죠. 지극히 단순한 줄거리를 어떻게 재미나게 푸느냐가 관건인 듯한데, 저스티스 리그는 이전 편을 안 본 사람이 보려니 뭔 일이 있었는지 추측해야 되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워서 슈퍼맨이 죽었다고 하고 (나중에 배트맨 vs 슈퍼맨 줄거리 찾아보기 전까지 영화 내용으로 보면 배트맨이 슈퍼맨 죽인 줄 알았어요), 원더우먼은 사랑하던 남자 때문에 마음을 닫았다고 하고 (원더우먼을 안 봐서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어요, 찾아보기도 귀찮았어요), 플래시맨은 미드 플래시를 봤기 때문에 무슨 내용인지 알고 봄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너무 축약되서 이상했고, 아쿠아맨은 왜 거기 있었는지 모르겠고, 한 마디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엉망입니다. 그나마 빅터 스톤에 대한 이야기가 쉽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빅터 스톤은 처음 등장하는 캐릭터라 되레 신경을 쓰기라도 한 걸까요?
줄거리도 엉망인데, 연기력은 더 섭섭합니다. 원더우먼이 홍일점으로 매력적인 캐릭터여야 하는데, 발연기 입니다. 갤 가돗은 원더우먼 이전에 분노의 질주 시리즈 지젤로 익숙한데 분노의 질주에서는 꽤 매력적인 캐릭터로 보였으나,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자신이 맡은 무게를 다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스칼렛 요한슨이나 기네스 펠트로 정도의 매력 폭발을 기대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갤 가돗이 굉장히 발연기에 밋밋한 캐릭터로 보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벤 애플랙도 뭐.... (이 분 나오는 영화 몇 편에서 잠들 뻔 한 뒤로 벤 애플렉 연기력에 의문이 생기고 있습니다)
저스티스 리그 재미없는 이유3. DC 티어 등급 따위는 무시되는 히어로 파워 등급
히어로들을 모아놓고 서로 싸우는 장면이 나오면 누가 더 센지 비교를 하게 됩니다. 저스티스 리그는 히어로 파워 등급이 아주 산뜻하게 구분 됩니다.
슈퍼맨 >>>>>>>>>>>>>> 원더우먼 >> 빅터 스톤 = 플래시맨 >>>>>>>> 물 밖의 아쿠아맨 = 배트맨
이런 순위 입니다. 저스티스 리그의 메인 빌런은 슈테판 울프인데, 슈테판 울프와 싸울 때 아마존과 아틀란티스 종족 모두 퍽퍽 나가 떨어집니다. 물 속의 아쿠아맨은 대단해 보였으나 물 밖의 아쿠아맨은 건장한 체구가 아까울 정도로 별 볼일 없습니다. 아쿠아맨의 배우가 왕좌의 게임에서 대너리스의 첫 남편이었던 도트라키 부족 칼 드로고로 나오던 제이슨 모모아라 더 아쉬웠습니다. 왕좌의 게임에서 도트라키 부족에서 제일 센 남자였거든요. 힘을 내요, 칼 드로고!
배트맨은 뭐.... 플래시맨이 "당신의 초능력은 뭔가요?"라고 물을 때 "rich"라고 하는 평범한, 하지만 돈이 많고 기술력이 좋은 사람이라 영웅 등급에 들기 어렵습니다.
플래시맨과 빅터 스톤은 아직 능력이 제대로 훈련되지 않아 어설픈 상태였고요. 여기까지는 부족하니 힘을 합쳐야 한다는 설정에 적절한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부활한 슈퍼맨이 바로 슈테판 울프를 패대기치며 소멸시켜 버립니다.
원래는 슈퍼맨과 원더우먼이 비등비등하게 싸우는 우주 등급이라고 하던데,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DC 티어 등급 따위 사뿐히 무시되는 듯 합니다. 마블 티어 등급이나 DC 티어 등급이라는 것이 정답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덕심 충만한 팬들이 정리해서 만든 것이기는 하나, 나름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합니다. 원래는 슈퍼맨이 플래시맨보다 빠르고, 원더우먼보다 세고 이런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슈퍼맨이 너무 간단히 끝내 버리니 저스티스 리그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슈퍼맨 혼자 하면 될걸 뭐하러 번거롭게 팀을 만든거죠?
저스티스 리그 결말은 영웅이 지구를 지키는 것이기 때문에, 과자 와그작 와그작 씹어가면서 속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슈퍼맨이 무척 센 영웅이었다는 것을 재발견 했고, 아무 생각없이 보면서 시간 때우기에 적절했습니다. 아, 생각해보니 영화 보는 내내 각 주인공의 우울함을 이야기할 뿐 단 한 번 피식할 만한 유머 코드가 없어 더 밋밋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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