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 책장 : 마스다 미리 공감 만화, 지금 이대로 괜찮은걸까?
인간관계 때문에 상처받고 있을 때, 원장님이 불쑥 빌려주셨던 책이 마스다 미리의 <아무래도 싫은 사람> 이었습니다. 딱히 제 취향이 아니라 무덤덤히 받았습니다. 지하철에서 자리가 나서 앉았을 때 꺼내 읽다보니 세밀한 구석에서 격하게 공감됐습니다.
누군가에게 대 놓고 말 할 수는 없지만, 불편한 구석, 그 부분을 콕 찍어 덤덤히 이야기를 하는 것이 와 닿았습니다.
마스다 미리 아무래도 싫은 사람 중 한 장면
속내를 내색하지 않으며 당하고 힘들어하는 수짱 (주인공)과 얄밉게 구는 상대 중에 수짱에게 격하게 감정이입이 되었는데, 유쾌하진 않았습니다. 이 때는 제 마음이 정말 힘들었는지, 저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사실, 그것도 많다는 사실에는 위안이 되었으나, 남의 힘들고 답답한 이야기까지 읽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마스다 미리의 유명한 수짱 시리즈를 더 빌려 읽진 않았습니다. 한 권으로 족하다 싶었죠.
마스다 미리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살인자의 기억법> 빌리러 갔다가, 다른 책들을 잔뜩 집어 들었습니다. 이 날은 가볍게 볼 수 있는 책들이 끌렸는데, 그 중 하나가 마스다 미리의 만화 였습니다. 만화라서 가볍게 금방 읽을 수 있거든요. 내용은 가볍지 않지만...
별 생각없이 집어들었는데, 읽다보니 제가 읽은 <아무래도 싫은 사람> 이전 편인 듯 했습니다. <아무래도 싫은 사람>에서는 수짱이 카페 점장으로 나오는데 이 때까지는 아직 직원이었더라고요. 그리고 조금 더 가벼워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싫은 사람>에서는 점장으로 직원들과의 관계, 사장 친척으로 위세를 부리는 얄미운 직원에 대한 불편한 마음에 대해 다루다 보니 조금 묵직한 감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무던한 일상에 변화를 주고 싶었던 평범한 직딩 일상을 그려서 편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본사에서 관리 차 오는 카페 매니저를 몰래 좋아하고, 퇴근 무렵에 작은 우동집에서 우동 한 그릇 먹고 집에 돌아가 피곤해서 늘어져 있고... 일본인의 삶이나 정서가 비슷한 구석이 많습니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걸까>에서는 집이 근처라 퇴근 시간에 자주 마주치는 친구 마이코에 대한 감상이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마이코는 결혼정보회사 맞선을 통해 결혼을 하게 되어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게 되었거든요.
"떨어져 있다고 해도 앞으로도 마이코는 나의 절친.
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흐르는대로 만나는게 좋다.
그걸로 좋다고 생각한다.."
친구가 결혼한 뒤에 멀어지고, 남자친구 생겨서 저에게 관심이 줄어들며 멀어질 때면 무척 괴로웠는데.....
우린 언제까지 늘 절친이라는 말로 옭아매지 말고, 그저 흐르는대로 조금 더 자주 볼 수 있다면 자주 보고, 여의치 않다면 그냥 마음으로 생각만 하며 지냈어도 괜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서야....
오랜만에 다시 마스다 미리 만화 책을 읽으니 덤덤함 속에 공감되는 구석이 많아 좋았습니다. 마스다 미리 그림체는 정말 제가 싫어하는 못그리는 그림인데도 내용이 좋아 못마땅한 그림체는 눈 감아 줄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 검색해 보니 <결혼해도 괜찮을까?> <수짱의 연애> (제목이 다를 수도 있음) 등의 수짱 시리즈 3,4권이 있던데 다 빌려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