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 책장 : 마흔이 되어 버렸는걸, 모리시타 에미코 생활 만화
마스다 미리 만화책과 함께 빌려왔던 책 입니다. 초반에는 상당히 공감이 되었는데, 기세 좋게 시작한 초반과 달리 너무 개인적이라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초반에 마흔이 되며 느끼는 것,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노선을 벗어난 사람들이 느끼는 것 등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꽤 와 닿는 공감 만화라고 생각했으나, 어느덧 일러스트 그리는 생활, 편집자 만나러 왔다가 불쑥 도쿄에 방 계약한 얘기, 도쿄에 이사와서 맨날 길 헤매는 얘기 등을 하니 그냥 먼 나라의 남의 이야기로 느껴졌습니다. 마흔이라고 징징대지만 마흔에도 잘 나가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약간의 자랑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언젠가 네이버 웹툰 낢이 사는 이야기에서 일상툰을 그릴 때는 사람들도 겪을 법한 이야기와 자신만의 재미난 경험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일상툰이라는 것이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균형이 깨지며 작가 자랑 혹은 일기 같아지니 재미가 없어요.
'마흔이 되어 버렸는 걸'에서 공감되었던 부분
나이를 비교적 담담히 받아들인다는 것. 서른 살 때 그 난리를 피웠는데 또 하자니 지친다는 말이 와 닿았습니다. 서른통 앓았으면 됐죠, 뭐....
나이 먹으면서 날씨따라 몸의 증상이 드러난다는 것은 격공했습니다. (이런거 공감하고 싶지 않은데.....ㅠㅠ)
30대 땐 우울이 취미라고 할 정도로 열심히 우울했는데, 우울한 것도 피곤한 일이 되어 버렸다는 것도 공감되었습니다. 우울한 것, 짜증내는 것, 예민한 것도 죄다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어느 순간이 되면 무덤덤해지는 듯 합니다.
썩 마음에 드는 책은 아니었으나, 종종 편집자님들께서 "이 부분은 너무 저자님 에세이 같아서요.." "조금 더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예시를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같이 좋게 말씀하시던 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로 흐르니 공감할 수 없고, 공감할 수 없으니 지루한 남 얘기 듣는 기분이 들어 재미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