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우님이 이토록 유명하신 분인지 미처 모르는 채,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 시리즈라 당연하다는 듯 예매를 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국립국악관현악단에 반하여, 미리 프로그램이 올라오지 않는데도 그저 '국립국악관현악단'이라는 이름만 보고 예매를 하고 있습니다. 길게는 반 년 전에 그냥 예매를 해 둡니다. 이 공연도 무슨 곡이 연주될지, 이병우님이 누구신지도 모르는 무지한 상태로, 1열 중앙 좌석을 반년 전쯔음에 티켓 오픈 되자마자 예약해두었던 것 입니다.

이병우, 천만영화를 포함한 수많은 영화음악 작곡가, 기타리스트, 음악가
프로그램북을 읽으며 드디어 '이병우'님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았던 수많은 영화의 영화음악을 이 분이 작곡하신거였어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왕의 남자, 관상,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장화, 홍련, 괴물...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 이 작품의 음악도? 이 작품도?'라며 계속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감사하게도 저와 같이 무지한 사람도 금세 이병우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 수 있게, 음악평론가 임희윤님이 써주신 술술 읽히는 글이 있었습니다. 재미있기도 하고, 술술 잘 읽히는 프리뷰였어요.


임희윤 평론가님의 글 뿐 아니라, 채치성 단장 겸 예술감독님의 글 중에서도 "영화의 영상은 눈물을 고이게 할 수 있지만, 눈물을 떨어뜨리게 하는 것은 음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라는 문장도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이병우님이 직접 쓰신 글의 시작에서 "안녕하세요. 한국에 살고 있는 모든 악기들이 가장 좋아하는 습도의 계절, 6월에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초청으로 제 작품들을 연주하게 되어 큰 영광으로 생각하며..."라는 문장에 빵 터졌습니다. 모든 악기가 좋아하는 습도의 계절이라니! ㅎㅎㅎㅎㅎㅎ 공연 중 인사와 곡소개 등을 하실 때 보니, 천천히 말씀하시고 전혀 웃기려는 의도가 없으신 것 같은데 관객들은 수시로 빵빵 터지곤 했습니다.
공연 시작전
공연 시작 전 국악기가 빼곡히 놓여진 무대를 보니 가슴이 설렙니다.

1열이라 소품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아쟁연주자께서 미리 쌓아두신 두툼한 방석, 그리고 악기 받침대에 살짝 매달아두신 선풍기가 귀여웠습니다.

이병우와 국립국악관현악단, 2026 관현악시리즈 네번째
이병우님은 직접 만드신 독특한 기타로 연주를 하셨습니다. 기타 바(Guitar Bar)는 울림통이 없이 기타줄만 있는 막대형 기타였습니다. 그리고 듀얼기타(dual guitar)는 앞면은 나일론(클래식) 기타, 뒷면은 스틸 기타(일반적 통기타)로 클래식 기타와 통기타가 앞뒤로 붙어있는 실용적(?)인 기타인데, 밑둥은 부셔진듯한 독특한 디자인이었습니다. (기타는 협연하실 때 들고 나오셨고, 공연 끝나고 나서 무대에 있는 것을 한장 찍어두었습니다)

그러나 직접 디자인 하셨다는 말씀을 잘 안 하신다고 합니다. 디자인 했다고 하면 디자이너 이상봉님이시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으시대요. 검정쓰레기봉투가 떠오르는 아방가드르한 의상에 독특한 안경테를 보며, 그 오해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오른쪽 사진에서 들고 계신 것이 기타바 입니다)


공연은 국악으로 연주되는 영화음악 축제 같았습니다. 저는 영화에서 어떤 음악이 나왔는지 잘 기억을 못하는데, 기억하고 계신 분들이 많은지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우뢰같은 박수 이후 악기 튜닝하시는 짧은 순간에, 나즈막히 그 영화의 어느 장면에 나왔던 음악이라며 속삭이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공연은 사진/동영상 촬영이 허용되지 않으나, 마지막 커튼콜(앙코르 연주 포함)은 찍어도 된다고 하셔서 1열에 앉아 앵콜곡을 담아두었습니다. (다시 한 번 1열 예매한 저 자신 칭찬합니다)
다시 들을 때마다 좋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어느 영화음악 곡인지 기억을 못하겠습니다. 혹시 아시는 분은 가르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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