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1. Home
  2. 책장
  3.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절판 이후 법정넷에 전문 공개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절판 이후 법정넷에 전문 공개

· 댓글개 · 라라윈

법정 스님 책 무료로 읽는 방법

책 대부분 본가에 두고 있었는데, 엄마 아빠가 이사하시게 되었을 때 많은 책을 정리했습니다. 제가 가져오자니 양이 너무 많고, 엄마 아빠께 계속 엄청난 양의 책을 보관하시라고 하는 것도 안 될 것 같아서요. 책을 정리하다 보니 20년, 30년 지난 책들은 종이가 삭아 손에 묻어나고, 곰팡내 나는 것도 있고, 편집이 요즘 책과 다르게 촌스러운 것도 많았습니다. 유명한 책들은 새로 나온 개정판을 사서 봐도 되고, 도서관에서 봐도 되니 과감하게 대부분 기증하거나 정리했습니다. 그 중에 법정스님의 문고판 무소유도 있었습니다. 오래 된 문고판 책은 정리하고, 이 참에 새 단장해서 출판한 새 책을 살 요량이었습니다.

그 때는 무소유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법정 스님이 돌아가시면서 '무소유'를 절판하셨다는 것을 까맣게 몰랐기 때문입니다.


"함부로 인연 맺지 마라"가 법정스님 말씀이 아니다?

갑자기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사람처럼 <무소유>를 찾게 된 것은, 제 책에 인용한 법정스님 말씀 때문이었습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에 수록된 글로 알려진 '함부로 인연맺지 마라'라는 글이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 수많은 신문기사와 매체에도 법정스님의 글로 소개되기에 의심없이 제 책 여자 서른(p192)에 적었습니다. (신문과 매체의 출처를 믿다니... ㅠㅠ 믿을 것을 믿었어야 하는데...) 제가 다시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적은 것이라면 자신있었을텐데, 재인용 한 것이다 보니 법정스님이 아니라는 주장에 자신있게 반박할 수 없었습니다.


여자 서른 함부로 인연맺지 마라


"함부로 인연맺지 마라"는 말씀이 법정스님이 아닌 이해인 수녀님이 저자라는 주장에 이어, 한 네티즌이 자신이 쓴 글이라는 주장을 보았습니다. 점차 저자가 누구인지 불확실해질수록 등에 땀이 쭉 흘렀습니다. 출간까지 한 책에서 잘못 인용을 했다니 얼마나 큰 잘못인지 ㅠㅠ


다급히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주문하기 위해 서점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절판되어 품귀현상이 일어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고서적조차 귀한데다가 2천원 짜리 문고판 책이 11만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가 되고, 양장본의 가격도 상당했습니다. (제가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했던 책이 중고로 판매했다면 엄청난 프리미엄을 받고 판매할 수 있는 책이었어요)

'무소유' 구입하는 것은 포기하고, 도서관을 찾았더니, 가까운 은평 도서관에서는 품절된 귀한 책이라 그런지 무소유 책을 보존도서로 지정해 대출이 되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누군가 pdf 등으로 올리지는 않았을까 하는 절박한 심정에 찾아보다가 금동아줄을 발견했습니다.



법정스님의 책 전문을 무료 공개한 법정넷

법정스님의 무소유 절판 이후, 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무소유를 가르치시는 이 책을 소유하기 위한 중생들의 욕망이 엄청난 것을 보며, 법정넷에서 스님의 글 전문을 무료 공개했습니다.


법정넷 http://www.beopjeong.net/


이게 웬 떡이냐! 싶었습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 책을 애타게 며칠을 찾았는데, 온라인에 전문이 공개되어 있었다니....

들뜬 마음으로 법정넷에 들어가 보니, pdf 등으로 다운받아 소장할 수는 없되 사이트에서 스님의 글을 무료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법정님 무료 책


법정넷 메뉴 중 가르침으로 들어가면 법정 스님의 책에 실린 글들이 있습니다.


법정스님 무소유 전문


법정넷에서 한꼭지씩 읽으니, 좋은 블로그를 찾아 포스팅 하나씩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책으로 읽을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달랐어요. 그러나 블로그 글 읽듯 한 꼭지씩 감질나게 읽자, 예전에 읽었던 자그마하고 얇은 종이책 '무소유'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던 것이 그리워졌습니다.



주객전도, 무소유를 가르치시는 책을 소유하고 싶다

어느 순간 상황은 주객이 전도 되어 있었습니다. '함부로 인연맺지 마라'의 출처가 '무소유'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책을 읽어볼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잘못 인용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걱정은 오간데 없이 절판된 무소유 책을 소유하고 싶다는 집착만 남았습니다. 품귀현상에 구하기 힘들다니 더 구하고 싶은 오기가 발동해 버린 것입니다.


혹자는 이와 같은 심리에 대해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그 또한 법정스님이 생각하신 부분일 지도 모릅니다. 무소유를 가르치는 책을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을 드러내어 반성하게 하시려는 것이었을 겁니다"


라고요. 제가 딱 그런 보통 인간이라, 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꽉 차 버려 다른 소리는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법정넷에서 무료로 스님의 글을 모두 읽을 수 있게 해주었는데도, 내심 실망하며 '왜 다운로드를 주시지 않는거지?'라며 투덜댔습니다. 건져주니 보따리도 내놓으라는 심보였습니다. 법정스님의 명저를 무료로 읽게 해 주셨는데, 그것으로 성이 안 차 소장하고 싶다고 때를 쓰고 있다니....

전자도서관에서 책 빌려 읽듯 법정넷에서 한 꼭지씩 읽으면 될 것을.... 이 무슨 집착이란 말인지.

정말로 무소유라는 책은 책을 읽기에 앞서, 책 '무소유'를 구하고, 집착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가르침을 주십니다.



이후 후기

저는 결국 소유의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알라딘 중고서점을 오랜 기간 모니터링한 끝에 무소유 양장본을 구했습니다.


무소유 양장본


법정넷에서 무소유 전문을 읽을 수 있는데도, 무소유 책을 이토록 열심히 찾아서 소유하다니......

더 한심한 점은 애초에 책에 잘못 인용한 구절 때문에 무소유를 다시 읽으려 했던 분명한 목적이 있었음에도, 절판된 책을 구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버려 책을 구한 뒤에 한 동안 읽지 않고 모셔만 두었습니다. 절판된 책을 구했다는 뿌듯함만 느끼며...


SNS 공유하기
💬 댓글 개
최근글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