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 책장 : 평균연령 60세 사와무라씨 댁의 이런 하루
마스다 미리 책 입니다. 정년 퇴직한 70세 아버지 사와무라 시로 상과 69살 엄마 사와무라 노리에 상, 딸 40살 사와무라 히토미 상의 이야기 입니다. 저희 집과 나이 대가 비슷해서 더 공감이 갔습니다. 한 편으로는 너무 공감이 되어서 읽으면서 저릿하고 아리기도 했습니다.
다른 마스다 미리의 책들처럼 담담하고 짤막한 에피소드들이 엮여 있습니다. 담백하지만 계속 손이 가는 고소한 빵처럼 밋밋한 가운데 자꾸 빠져들며 다음 장을 넘기게 만드는 맛이 있습니다.
마스다 미리의 이전 책들 (어느 책이 먼저 나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이 책보다 먼저 읽은 책들)은 독신 여성 전문 만화가라 느껴질 만큼 30대 혼자 사는 미혼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주인공 중에는 가족과 사는 캐릭터도 있기는 했으나, 엄마가 기준을 정해 놓고 결혼하라고 재촉하는 경우이거나 불편한 상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만화 <평균연령 60세 사와무리씨 댁의 이런 하루>에서는 결혼에 대해 재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엄마는 딸이 결혼하지 않고 지금 이대로 셋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있다는 것을 자각하십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 엄마도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느 순간이 되니 미혼인 딸래미가 편하신 부분이 있으신 것 같거든요. 미혼이니까 편하게 부탁도 하고, 편하게 같이 여행가자고도 하고, 편하게 만나기도 하고요. 책 읽으면서 제가 아직 70세 부모님이 되어 보지 않아 모르겠는 부모님 심리가 이럴까 하는 상상이 많이 되었습니다.
엄마...
가족에 대해 그린 만화이다 보니,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배어나옵니다. 그 중에 엄마에 대한 감정이 진합니다.
만화 한 꼭지에서는 딸이 엄마와 함께 나들이 가서 사진을 찍고는..
"언젠가 '이 때는 엄마가 건강했는데...' 라고 생각할 날이 있을까."
라고 상상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저도 덩달아 눈물 날 것 같았습니다.
69세의 엄마인 노리에도 옷장 정리를 하다가 엄마가 떠 주신 스웨터를 발견 하고는 나즈막히 불러 보십니다. 엄마... 라고.
저도 언젠가는 엄마와 이별을 하게 될 지도 모르고, 지금은 너무 흔하게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라고 하는 이 호칭을 쓸 수 없는 날이 올 겁니다. 슬픈 상상에 울컥 눈물이 차오르기도 했습니다.
이전의 싱글 여성에 관한 만화는 '맞아 맞아'라고 공감하면서 조금은 편하게 봤다면, 마스다 미리의 이 만화는 조금 힘들기도 했습니다. 자꾸 울컥울컥 눈물나게 만들어요. 결국은 금방 볼 수 있는 책 임에도 책장을 다 넘기지 못하고, 도서관에 반납을 했습니다.
올초에 외숙모가 돌아가시면서 가까운 엄마 또래 어른이 돌아가신 것이 충격으로 남아, 엄마에 대해 울컥하게 하는 뭔가를 보기가 힘들었어요.
- 주말엔 숲으로, 시골로 이사간 싱글 도시여성 생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