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전] 전통연희, 줄타기, 판소리 경연까지 한데 보여주는 종합선물세트

창극 이날치전 후기, 줄거리와 전통예술 모두 좋았던 무대 

이날치전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8명창 중 한 명인 "이경숙" 명창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창극이라고 합니다. 줄광대에서 조선 최고의 소리광대가 된 이야기가 흥미진진 합니다. 줄광대 시절을 보여주기 위해 무대 위에 판을 깔고, 대를 세우고, 실제로 줄을 탑니다. 아슬아슬 아찔한 장면들이 같이 긴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소리광대가 되기 위해 명창들을 찾아 다니고 마주치는 장면들 덕분에 명창들의 판소리도 풍성하게 담겨있습니다.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창극이었습니다. 

 

 

이날치전 실화 & 창극 줄거리 

이경숙 명창은 담양에서 양반집 머슴으로 태어났습니다. 그 집의 따님인 연이 낭자를 사모하다, 연심을 들킵니다. 양반마님은 노발대발하여 떠돌던 남사당패에 머슴이었던 이경숙을 줘 버립니다. 그렇게 남사당패로 보내져 줄광대가 되는데, 날쎄게 줄을 잘 타서 "날치", 성이 이씨라 "이날치"가 되었습니다. 줄을 탄지 5년만에 이날치라 불릴만큼 줄을 잘타는 조선 최고의 어름사니 줄광대가 되었으나, 어느 날 가왕이라 불리는 명창 송홍록의 소리를 듣고 소리광대를 꿈꾸게 됩니다. (조선시대에도 노래를 잘하시는 분께 '가왕'이라 했나 봅니다.)

 

그러나 제자로 받아주는 명창을 찾아다니나,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소리는 기가 막히게 하나 성질머리가 고약해 고수들이 못 버티는 박만순의 고수로 들어가 소리를 배우게 됩니다. (박만순이 고수에게 성질부리다 고수가 때려치워 자리가 난 것 입니다). 

하지만 이날치 역시 박만순의 성질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와 혼자 폭포 곁에서 득음을 합니다. 그 후 전주에서 열린 판소리 명창대회인 "통인청대사습"에 갔다가, 명창 박유천의 소리에 감동해 그의 제자가 됩니다. 이날치는 40세, 박유천은 25세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이날치는 명창의 꿈을 꾸게 됩니다.

 

* 공연의 에피소드: 무대에서 박유천 역을 맡으신 지명인님이 '심청가' 한 대목을 불러주셨는데, 듣자마자 눈물이 또르르 흘렀습니다. 나중에 프로그램북 정독하다 보니, 지명인님은 전라북도 무형유산 제2호 '심청가' 전수자 이시라고 합니다. 소리 한 소절 만으로 사람 마음을 쥐락펴락 할 수 있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이날치전의 어디까지가 실화이고, 어디가 픽션인지는 이렇게 나뉩니다. 이경숙 명창이 머슴, 어름사니 줄광대, 그리고 조선 후기 8명창 중 한 명이 된 것이 실화이고, 그 여정은 작가님의 상상력이 조금씩 보태어진 무대인 것 같습니다. 

 

 

이날치전 공연시간, 발권 가능 시간 & 대본이 담겨 있는 프로그램북

이런 흥미진진한 무대를 여유롭게 감상하려고 일찍 갔습니다. 그러나, 티켓 무인 발권기도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오픈됩니다. 해오름 극장은 무인 발권기는 좀 더 빨리 사용 가능하고, 창구 티켓 수령이 1시간 전이었던 것 같은데, 달오름 극장은 무인발권기도 발권 가능 시간이 똑같이 공연 시작 1시간 전 인가 봅니다. 

 

창극 이날치전은 1부 80분, 휴식시간 15분, 2부 65분으로 총 160분이었습니다. 2시간 40분이라 꽤 길게 느껴지는 공연시간이었는데, 실제 공연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갔습니다. 전통연희 한 바탕을 놀고, 줄타고, 연이 낭자에게 연심을 표현하지 못해 달님을 보며 속앓이 하고, 그러다 소리광대가 되기 위해 명창들을 찾고, 판소리 경연대회에서 명창들의 배틀이 있다보니, 정말 시간이 빨리 갑니다.

 

이날치전의 프로그램북은 유료였으나, 대본이 함께 있어 소장가치가 컸습니다. 

 

이날치전 무대, 이날치전 프로그램북

 

대본 안에 노래 가사까지 다른 색 글씨로 멋있게 편집되어 있습니다. 오페라 대본처럼 창극 대본을 소유한 느낌이라 기뻤습니다. 

 

이날치전 대본, 이날치전 가사

 

 

이날치전 무대 & 커튼콜

이날치전은 무대가 마당놀이처럼 둥그런 원형이었습니다. 둥그렇게 둘러 앉아 구경하던, 광대들의 무대를 그대로 극장 무대로 옮겨 온 것 같습니다. 원래 달오름 극장의 무대는 네모낳지만, 이날치전의 무대는 특별했습니다. 이 둥그런 무대가 더욱 몰입하게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날치전 무대, 원형무대

 

커튼콜에서는 스크린에 맡으신 배역과 배우 성함을 함께 올려주었습니다. 

 

이날치전 커튼콜

 

이 날 소리광대 이날치 역을 맡으신 국악인 이광복 님은 한 번 더 클로즈업해서 담아두었습니다. 

 

이광복, 이날치, 이경숙

 

배우분들이 나와 인사를 하는 커튼콜에서도 배경음악처럼 좋은 대목들을 불러주셨습니다.

 

창극 이날치전 커튼콜

 

제가 담은 커튼콜 영상 초반에 나오는 것이 날치와 연이의 사랑의 테마이고, 소리꾼 이날치가 등장할 때 배우분들이 합창하시는 곡은  "광대가: 마음을 보는 자" 입니다. 배우분들도 거의 전원이 실제 명창이셔서, 창극을 듣노라면 그 소리가, 그 노래가 참 좋습니다. 

 

 

 

돌아오는 길,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나는 일루미네이션 트리

무대 위에서 줄타기를 보고, 전통연희 한 바탕을 보고, 판소리를 들으며 울다가 웃다가, 종합선물세트 같은 창극을 보고 나니, 마음이 충만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나는 일루미네이션 트리까지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한남동, 일루미네이션 트리

 

그리고 다음날, 국립창극단의 다음 레퍼토리는 무엇인지 뒤적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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