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관세페: 김효근 K-아트팝 가곡 콘서트, 가장 아름다운 인생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은 매월 열리는 '관세페(도서관에서 만나는 뜻밖의 음악선물, 마음을 씻다)' 음악회가 있습니다. 예술의전당 무대에서 뵐 수 있던 분들이 지역 도서관에 오셔서 엄청난 공연을 해주십니다. 2026년 6월 관세페는 "내 영혼 바람되어", "첫사랑" 등의 유명한 가곡을 작곡하신 작곡가 김효근 선생님의 아름다운 곡들을 성악가 림팍, 홍채린, 그리고 K-아트팝 앙상블이 함께 들려주시는 무대였습니다.

김효근 선생님은 작곡가가 아닌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님
김효근 선생님에 대한 소개를 들으며, 첫 번째로 놀란 점은 이렇게 아름다운 가곡을 많이 작곡하신 분이 음악을 전공한 전업 작곡가가 아니라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님이었다는 점입니다. 경영학과 교수님이요??
그러나 학생 시절부터 작곡가로서의 재능은 새어 나오셨나 봅니다. 김효근 선생님은 서울대 경제학과 3학년 학생이던 시절부터 아름다운 가곡으로 주목을 받으신 적이 있다고 합니다.
"대학가곡제"에 출품하신 "눈(Snow)"이 대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대학가요제 뿐 아니라, 대학가곡제도 있을만큼 그 시절에는 가곡이 인기였나 봅니다. 당시에도 음악과 학생이 아닌 경제학과 학생이 상을 받아 더욱 더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작곡을 계속하시지 않고, 경영학 공부를 더 하셔서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되셨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선생님이 아픈 일을 겪으시면서 우리가 잘 아는 "내 영혼 바람되어"를 작곡하면서 다시 음악가로서의 길도 함께 걸으신 것 같습니다.

'알고보니 경영학과 교수님'이라는 편견 때문일까요? 구성 및 조직화를 잘 하시고, 마케팅도 잘 하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먼저 프로그램부터 1, 2, 3부로 나누어 각 세 곡으로 구성하셨습니다. 1부 "사랑해요, 그대", 2부 "그리워요, 그대", 3부 "아름다워요, 그대"로 사랑, 그리움, 인생에 대한 예찬으로 체계적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말씀을 잘하셔서 더욱 즐거웠습니다. 선생님께서 곡 소개를 해 주시고 진행을 하셨는데, 1부, 2부, 3부에서 돌잔치 느낌으로 '가장 멀리서 오신 분' '오늘 생일이신 분' '오늘 발매된 음반 꼭 받고 싶은 분'을 찾아 그 날 발매된 따끈따끈한 신간 앨범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저 부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네이버 스토어에서 "김효근" 검색하면 USB 앨범이 나오고, 지금 할인가 2만원에 판매하고 있다는 구매 정보도 친절히 알려주셨어요(마케팅도 잘 하시는 경영학과 교수님 느낌!)

돌잔치가 떠오를만큼 편안하고 즐거웠던 이유는, 선생님이 추구하는 클래식 콘서트의 방향성 때문이었습니다. 숨소리도 죽이고, 긴장한 채로 언제 박수쳐야 할지 눈치를 보는 딱딱한 콘서트가 아니라, 그저 편하게 웃고 울고 박수도 치는 그런 콘서트를 추구하신다고 합니다.
이 날 K아트팝 콘서트는 정말 그랬습니다. 선생님이 해설해주실 때 막 웃고 좋아하다가 노래가 시작되면 놀라고 빠져들고, 끝나면 격하게 박수치고, 때로 경쾌한 가곡에는 박수를 치면서 듣기도 했습니다.
김효근 K-아트팝 가곡 콘서트 1부: "사랑해요, 그대"
첫 곡은 김효근 선생님의 전설의 시작이라 할 만한, 세상에 알려진 첫 곡 "눈"이었습니다. 콘서트 시작전에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의 이경우 관장님은 1981년 이 곡을 처음 듣고 느꼈던 충격과 감동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곡이 있나!'하면서 테이프에 녹음해가지고 늘어질 때까지 들으셨다고 합니다. 대체 어떤 곡일지 궁금했는데, 들어보니 참 아름답습니다. 소프라노 홍채린 선생님이 불러주셨습니다.
다음 곡은 선생님이 프로포즈 할 때 만드신 곡이라고 합니다. 그 프로포즈가 성공하셔서 아내가 되셨고요. 궁금해서 김효근 교수님 부인은 어떤 분이신지 찾아보니, 같은 이화여대 교수이신 김미순 교수님이라고 합니다. 테너 림팍 선생님이 애절하게 불러주셨는데, 이런 노래를 들으면 누구라도 "예스!"를 외칠 수 밖에 없을 것 같았습니다. 작곡가가 프로포즈를 하려고 만들고 프로포즈가 성공한 곡이고, 곡 자체가 좋아서 요즘 결혼식 축가로 많이 불리는 곡 입니다.
1부의 마지막 곡 "영원히 사랑해"는 뮤지컬의 '사랑의 절정' 장면에서 들을 법한 아름답고 달콤한 노래였습니다. 김효근 선생님이 가난하고 해 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던 시절, 아내에게 헌정하고 싶어 만드신 노래라고 합니다. 결혼기념일 등의 기념일에 바친 노래였대요. 하늘, 구름, 별 등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은 다 들어간 가사라 "저놈아는 뭐 저 정도로 아부를 하나" 싶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 귀에는 천국의 사랑노래 같았습니다.
김효근 K-아트팝 가곡 콘서트 2부: "그리워요, 그대"
유명한 곡 "내 영혼 바람되어"를 작곡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셨습니다. 부모님이 다 돌아가신 뒤 실의에 빠져있는 김효근 교수님께 다른 동료 교수님이 "A thousand winds"라는 인디언 시를 알려주시면서 이 시에 곡을 붙여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셨다고 합니다. 교수님이 다른 교수님께 번역을 부탁하고 한 단어로 요약해 달라고 하자 "hope" 희망의 노래다, 라고 하는 하셨고, 곡을 만드시며 김효근 선생님도 치유가 되셨나 봅니다. 그 곡을 듣는 수 많은 사람들도 치유를 받고 있고요.
하지만 이 날도 설명을 하시며 잠시 목이 메이셨습니다. 가사와 함께 들으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이 곡 만큼은 특별히 가사없이 연주곡으로 들려주셨습니다. 이 날은 피아노와 스트링 퀸텟의 연주였습니다(다섯 분의 현악기 연주를 '스트링 퀸텟'이라고 한대요.)
김효근 K-아트팝 가곡 콘서트 3부: "아름다워요, 그대"
3부는 관객에게 헌정하는 곡들이라고 하셨습니다. 오늘까지 열심히 살아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희망찬 내일을 꿈꾸며 힘내라는 응원가 였습니다.
앙코르 선물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불러주신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역시 희망 가곡의 대명사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사'에는 힘이 있나 봅니다. 이 날 관세페가 끝나고 돌아와 새벽까지 찍어온 동영상을 다시 보며, 가사를 찾고 음미했습니다. 다음 날, 그리고 다음 날에도 계속 맴돌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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